와룡산, 정상을 가다
겨울 산은 건조무의미하다참나무 낙엽이며 떡갈나무 낙엽이 우수수하게무채색으로 온산을 덮고 있다그 자양분으로 잠자던 토양도 언젠가는 꿈틀거리겠지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며가지 사이로 흘러 내리는 햇볕이며섶속을 누비며 조잘거리는 꿀뚝새들의 무리들내 숨소리만 가득한 와룡산의 어느날 오후늘 와룡산 둘레길만 다람쥐 체바퀴 돌듯이 돌다가오늘은 작심하고 정상에 오른다걷다보니 가게 되고가다보니 정상에 오르더라코끝을 스치는 찬공기도 좋고 밟는 훍냄새도 좋다산의 정기를 오롯이 받는 내육신이여그래서 늘 산은 좋다알록달록 색동옷 다 벗고 홀가분하게 선 나목들이 참 좋아한다흑백의 조화로운 풍경들이 단순하게 만든다하늘을 가로질러 외마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새한마리의 고독한 절규도겨울산만의 낭만이다등줄기에 끈적한 땀이 날쯤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