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은 건조무의미하다
참나무 낙엽이며 떡갈나무 낙엽이 우수수하게
무채색으로 온산을 덮고 있다
그 자양분으로 잠자던 토양도 언젠가는 꿈틀거리겠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며
가지 사이로 흘러 내리는 햇볕이며
섶속을 누비며 조잘거리는 꿀뚝새들의 무리들
내 숨소리만 가득한 와룡산의 어느날 오후
늘 와룡산 둘레길만 다람쥐 체바퀴 돌듯이 돌다가
오늘은 작심하고 정상에 오른다
걷다보니 가게 되고
가다보니 정상에 오르더라
코끝을 스치는 찬공기도 좋고 밟는 훍냄새도 좋다
산의 정기를 오롯이 받는 내육신이여
그래서 늘 산은 좋다
알록달록 색동옷 다 벗고 홀가분하게 선 나목들이
참 좋아한다
흑백의 조화로운 풍경들이 단순하게 만든다
하늘을 가로질러 외마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새한마리의 고독한 절규도
겨울산만의 낭만이다
등줄기에 끈적한 땀이 날쯤 정상에 앉아 그 바람의
그 냄새가 너무 좋다
희열이라고 하지
혼자가는 산은 고독하지가 않다
내 가슴에 스며드는 감각적인 은유의 세상은
백설처럼 하얀 스토리로 남는다
HAVE A GOOD TIME 🌃